1. 줄거리
병두(조인성)는 서울 외각의 삼류 조직의 이인자로, 병상에 있는 어머니와 두 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조직에서는 잡일과 위험한 일을 도맡지만, 언제나 인정받지 못하고, 집은 철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오락실 경영권마저 후배에게 빼앗기고, 인생의 외길에 놓이게 됩니다. 병두는 조직 내에서의 입지와 가족의 생계,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늘 불안정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의 보스 황 회장(천호진)은 자신을 괴롭히는 부장검사(박성식)를 없애달라고 병두에게 제안합니다. 병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치밀한 계획 끝에 부장검사를 살해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병두는 조직 내 입지를 다지고, 그동안 자신을 괄시하던 선배와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고 조직의 이인자가 되어, 점점 더 위험한 세계로 들어갑니다.
한편, 초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현재 영화감독으로 성공을 꿈꾸는 민호(남궁민)와 우연한 기회로 재회합니다. 민호는 리얼한 조폭 영화를 만들기 위해 병두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밀착 관찰하기 시작하고, 병두는 오랜만에 친구와의 우정에 기대어 자신의 속내와 고통을 얘기하게 됩니다. 민호는 병두의 이야기를 영화에 그대로 보여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미묘하게 변해갑니다.
병두는 또 다른 과거의 첫사랑 현주(이보영)와도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합니다. 현주는 병두의 어둡고 위험한 삶을 알면서도 그를 이해하고, 병두 역시 현주와의 만남을 통해 잠시나마 따뜻함과 삶의 위로를 얻습니다. 그러나 조직 내 권력 다툼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병두는 자신이 믿었던 부하와 친구들에게까지 배신당합니다. 민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병두의 실제 범죄가 세상에 드러나고, 경찰의 수사망은 점점 좁혀옵니다.
조직은 병두를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고, 황 회장은 그를 버리기로 결정합니다. 병두는 도망자가 되어 외국으로 도망가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부하들의 습격을 받아 부둣가에서 비참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병두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가족과 사랑, 우정은 모두 한순간에 허망하게 없어지고,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한 남자의 비극적이고 쓸쓸한 인생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2. 주요 인물 설명
- 병두(조인성) : 삼류 조직의 2인자이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무게와 조직 내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와 갈망, 그리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에 충돌하는 인물입니다. 의리와 성공을 얻으려하지만, 결국 배신과 죽음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주인공입니다. 병두는 조직 내에서의 입지를 위해 범죄에 손을 대지만, 그 대가로 점점 더 깊은 외로움과 고립감에 빠집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그 희생이 결국 자신과 주변사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 민호(남궁민) : 병두의 초등학교 친구이자 영화감독. 조폭 세계를 영화로 재현하려고 병두를 취재하지만, 결국 자신의 흥행성공을 위해 친구인 병두를 이용만하고 배신하게 됩니다. 민호는 병두의 삶을 통해 현실의 잔혹함을 알게 되지만, 예술가로서의 욕망과 인간적인 도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끝내 병두를 희생양으로 삼습니다. 민호의 영화는 관객몰이에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친구를 잃게 됩니다.
- 현주(이보영) : 병두의 첫사랑. 병두에게 유일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인물로, 그의 면모를 일깨워주고 잠시나마 인간적으로 위로를 줍니다. 현주는 병두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되면서도 그를 이해하려 노력 하지만, 결국 병두의 삶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이별을 택합니다. 그녀는 병두에게 마지막까지 따뜻함을 전하려 합니다.
- 황회장(천호진) :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병두를 이용하고, 필요가 없어지자 가차없이 버리는 조직의 보스입니다. 황회장은 조직 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의리라는 명분 아래 언제든지 배신하게 합니다. 그의 존재는 조직 세계의 비정함과 차가움을 보여줍니다.
3. 결말
병두는 조직 내에서 한때 성공의 맛을 보고, 가족과 사랑, 우정까지 모두 자기 손에 넣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민호의 영화로 인해 자신의 범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조직 내 권력 다툼이 심해지고, 황 회장은 더 이상 병두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그를 버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병두는 믿었던 부하들과 친구들에게까지 배신당하고, 도망자가 되어 외국으로 도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부두에서 부하들의 피습을 받아 쓸쓸하고 비참한 생을 마감합니다.
영화는 병두의 죽음으로 끝나며, 조직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의리의 허무함,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구조 속에서 어떻게 소모되고 버려지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와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덧없음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과 질문을 남깁니다.